작가 정고요나는 2016년부터 라이브 캠 페인팅(live cam painting)을 통해 낯선 사람들이 불특정 다수에게 공개하는 그들의 일상, 모니터를 통해 실시간으로 보이는 인물들을 그려왔다. 프로젝션, 퍼포먼스 그리고 회화가 동시에 진행되는 현장으로 매 전시에서 주목 받고 있는 작가의 활동을 계속 지켜보면서 우리가 남의 일상을 실시간으로 직접 보는 일이 있으리라 상상하지 못했던 때가 있고, 모르는 사람과 가상의 영역에서 친구가 되어 삶의 어느 단면에서 관계를 형성하게 될 줄 모르던 때처럼 지금, 그 일상과 대화의 모습이 실시간으로 회화로 그려질 줄 몰랐던 때가 지나고 있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한다.
요즘의 우리는 일상을 게시한 것에 대한 타인의 공감과 이해에서 많은 힘을 얻지만, 적어도 한 사람 정도 사진이나 글자가 아닌 것으로 마주할 이가 간절할 때가 있다. 또 아주 친한 벗도 좋지만 때로는 낯선 사람에게라도 문득 속엣말을 꺼내어 놓고 싶어지곤 한다. 그렇다. 어떤 관계이든 두 사람 이상이 한 공간(이 경우 실재하는 물리적 공간)에서 마음이나 생각을 표현하는 대화(對話)가 우리에게 필요한 것이다.
대화를 할 때면 말 뿐 아니라 표정과 몸짓으로 그 내용의 진위나 감정의 정도를 느끼게 되고 상대에 대한 인상도 배경과 함께 내게 남는다. 누군가를 떠올릴 때면 이 인상이 상대를 머릿속에 그려내는데 큰 역할을 해서 그 사람의 실루엣, 어조의 특징, 기울이는 머리나 어깨와 손짓, 향 등이 복합적으로 떠오른다. 하지만 우리는 그 모든 것이 한 순간으로 포착된 이미지로 그 사람을 남기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누구나 그 사람임을 알법한 특징이 잘 드러나는 그림은 바로 이 포착의 힘을 필요로 한다. 그러나 누군가와 마주하고 마음을 나누는 시간과 공간 그리고 대화에 대한 기억을, 그 포착의 순간들을 다층의 회화에 담아낼 수도 있지 않을까.
오는 5월 10일부터 스페이스 원(Space One)에서 시작되는 정고요나 작가의 ‘대화(對話)가 회화가 되는 전시 < 대-화(對-畵) >’는 공간과 시간 그리고 다중화 된 기억과 포착에 대한 의미의 확장을 보여주는 동시에 우리가 회화를 규정하는 방식에 물음을 던지는 계기가 될 것이다.
- 큐레이터 임경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