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yona J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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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자와 죽은 자 가운데
amidst the living and the dead

금혜원 김시하 김원진 박보나
손선경 오묘초 장보윤
정고요나 정수 한석경

2024. 12. 7.(토) - 2025. 1. 25.(토)
아트센터 예술의 시간




아트센터 예술의 시간은 2024년 12월 7일(토)부터 2025년 1월 25일(토)까지 전시 < 산 자와 죽은 자 가운데 >를 개최한다. 

과거에도 그렇고, 미래에도 그렇겠지만, 우리는 언제나 산 자와 죽은 자 가운데 살아간다. 무엇이 살아있고, 무엇이 죽었는가. 누가 살아있지만 죽은 삶을 살고, 누가 죽은 듯 보이지만 살아있는가. 

10명의 작가 금혜원, 김시하, 김원진, 박보나, 손선경, 오묘초, 장보윤, 정고요나, 정수, 한석경이 참여하는 전시 < 산 자와 죽은 자 가운데 >는 공허와 빈곤의 문화 한 가운데 덩그러니 놓인 현대인의 모습을 창작을 위한 고통으로 휩싸인 예술가의 자화상과 오버랩한다. 아름다움에 관한 존재론적 고민이 예술가로 하여금 자신의 삶과 작품을 통해 말하게 한다면 이들의 작업은 어디를 향해 외치고 있는가. 전시는 예술가의 시대적, 사회적 역할과 그들의 책무에 관한 질문을 던진다.

예술은 컨텍스트context, 즉 시대와 사회적 맥락 안에서 텍스트text를 내놓는 일이며, 그것을 전달하는 과정이다. 그리고, 예술가는 자신을 둘러싼 세계를 반추하고 자신의 방식으로 그들의 이야기를 선보일 자유를 선택한다. 자신에 관해 말할 수 있는 사람, 자신과 세계의 연결을 시도하는 사람, 마음의 빈곤으로 죽음이 드리워진 문화에 생명의 기운을 불어넣을 수 있는 이들은, 어쩌면 심연 깊은 곳에서 살아있는 이야기를 길어올리는 사람으로서 현재의 자신이 살아있다는 것을 입증할 수 있지 않을까. 예술가는 우리를 살아있는 것들의 어울림의 상태로 이끌 수 있다. 

그러나 모든 예술이 아름다울 수 없고, 모든 예술가가 살아있는 것은 아니다. 예술은 아름답지 않고도 의미가 있을 수 있으나, 아름답기 위해서는 반드시 의미가 있어야 한다. 
현재의 아름다움이 진실한 아름다움으로 전달될 수 있도록 감각하고 감지하여 자신만의 작품으로 내놓는 것이 예술가들의 역할이다. ‘산 자’로 살아가고자 한다면, 이 역할은 작품을 보고 있는 당신에게도, 그리고 이것에 대해 말하고 있는 나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되는 책무일 것이다.
시간의 공기 The Air of Time, animation, 4분22초, 2024
시간의 공기

내가 그녀를 처음 만난 건 약 4년 전으로 기억한다. 내가 하는 말에 집중하며 반짝반짝 빛나는 까만 눈동자가 인상 깊었다. 우리는 그녀가 처음으로 기획하는 전시의 큐레이터와 작가로 만났다. 야무진 말투에 예쁘장한 그녀가 마음에 들었다. 전시를 하면서 많은 기획자들과 만나게 되지만, 모든 일이 그렇듯 사람이 하는 일이므로 어느정도 상대에 대한 호감이 있으면 일을 하기가 더 수월해지곤 한다. 그런 의미에서 첫 만남 이후로 전시의 진행 과정이 순조롭겠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

그 전시 이후 나는 내 전시가 있을 때 마다 그녀에게 연락을 했고, 그렇게 우리는 가끔씩 만나는 사이가 되었다. 그녀는 나보다 한참 어렸지만 만나서 대화를 하다 보면 뭔지 모르게 통하는 것이 많았다. 예술에 대한 대화뿐만 아니라 인간관계에 대한 얘기, 요즘 관심사에 대한 얘기, 트렌드에 관한 얘기들도.

그녀의 SNS에 업로드 되는 사진들은 나와는 다른 세대의 감성을 느끼게 해 꽤 흥미로웠기 때문에 나는 늘 관심을 갖고 그녀의 SNS 이미지들을 주시하곤 했다. 온라인 세상의 일상은 늘 아름답다는 것을 알고 있긴 하지만, 그녀의 감각적인 사진들을 보며 때로는 그 젊음이 부럽기도 했고 또 다른 한편으로는 예전의 내 모습이 떠오르기도 했다. 열심히 일하고, 열심히 놀고, 열심히 운동하는 그녀가 참 예쁘다 생각했다. 어느 날부터 인지 기억이 잘 나지 않지만 그녀가 이제 더 이상 미술에 관한 일을 하지 않는다는 것을 SNS를 통해 짐작할 수 있었다. 내가 봤던 그녀는 예술 쪽 일이 잘 맞는다고 생각했었는데 나의 예상과 다른 그녀의 행보에 사실 조금 놀랐다. 어떻게 된 일 일까.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이유가 궁금했지만, 굳이 물어보진 않았다. 예술가로 또는 기획자로 살아가기 어려운 현실이라는 것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어느 날 그녀를 만났다. 이런 저런 대화 도중 자연스럽게 현재 그녀가 하고 있는 일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 것 같다. 그녀는 부모님이 하시는 원예 일을 같이 하고 있었고 꽤 만족한다고 했다. 무남독녀 외동딸이라서 부모님의 가업을 물려받게 되는 것이리라 생각했다. 혹시 이쪽 일에 미련이 있을까 조심스러웠는데 다행히도 현재 하는 일에 만족하는 것 같아 보였다. 그러고보니 그녀의 분위기가 식물들, 꽃들과 묘하게 잘 어울린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

원래 창의적인 일을 하던 사람들은 무엇을 하든 버릇처럼 그런 행위들을 하는 것 같다. 그녀도 획일적인 일에 안주하지만은 않았다. 어느새 일터에서 자신의 브랜드를 만들고 연구하는 모습을 보며 ‘그럼 그렇지’ 하는 웃음이 나왔다. 그녀가 미술 관련 일을 포기한 것이 아닌가 하고 생각했던, 그리고 그녀를 함부로 걱정했던 나의 오만함과 편협했던 사고를 반성하게 되었다. 또 한편으로는 왜 내가 하는 일만 예술이라고 생각 했었나, 왜 꼭 그녀가 예술을 해야한다고 생각 했을까 하는 생각도.

그녀가 촬영하는 화원의 이미지는 왠지 모르게 마치 <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의 ‘원더랜드(wonderland)’처럼 가상의 공간으로 느껴진다. 주로 그녀가 촬영하는 새벽의 시간대와 감각적인 그녀의 촬영 구도가 이유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의 토끼처럼 그곳에 차차(ChaCha)라는 회색 페르시안 고양이가 있어서 그런 생각이 들 수도 있겠다. 봄의 청량한 초록 보다는 마치 흐린 북유럽의 숲 같은 채도 낮은 초록 배경과 회색 고양이가 있는 그 공간, 그리고 새벽 공기가 나에게는 마치 비현실 같았다. 그래서인지 그녀가 보여주는 화초들은 분명 한번쯤은 봤을 법한 것들 인데도 내 눈에는 독특한 오브제들로 보였고, 그런 이유들 때문이었을까 종종 나는 내 작업 속에 들어가 있는 그 공간(wonderland)을 상상해보게 되었다.  

그녀를 볼 때면 그 나이 즈음의 나를 생각하게 된다. 그 때의 나는 아마도 미래에 대한 불안함으로 방황하고 있었을 것이다. 대학 졸업 후 부터 30대 초반까지 나는 하고 싶은 것도 없었고, 내가 무엇을 잘 하는지, 무엇을 좋아하는지도 몰랐다. 나는 나 자신이 너무나 쓸모 없는 인간처럼 느껴졌었다. 그때의 방황했던 시간이 너무 아깝다는 생각과 후회 때문에 지금 나를 더 몰아붙이며 치열하게 사는지도 모르겠다. 그래서인지 온 힘을 다해 자신의 일에 열중하는 사람들을 볼 때 마다 좋은 자극을 받기도 하고, 나이를 불문하고 존경하는 마음이 생긴다. 더 먼 그녀의 미래는 모르겠지만 나보다 일찍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찾고 잘 해나가는 그녀를 보며 대견한 마음이 들었다.

얼마전 내 개인전에 나는 또 그녀를 초대했다. 비 오는 5월, 우리는 오랜만에 만나 꽤 오랫동안 이야기를 나눴다. 그녀의 헤어진 남자친구 얘기부터 다이어트 얘기, 내 작업에 대한 얘기까지, 다른 때 보다도 우리는 진지한 대화를 더 많이 쏟아냈다. 대화는 장소를 바꿔가며 날이 어두워질 때까지 이어졌다. 비로 인해 촉촉했던 공기와 우리 사이의 4년이란 시간 덕분에 그날 난 그녀와 더 많이 가까워졌음을 느꼈다. 그리고 그 날 그녀와 헤어지고 돌아가면서 언젠가는 서로가 자연스럽게 소원해지는 날이 오겠지만, 나의 젊은 날을 투영하게 했던 그녀를 가끔은 떠올릴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지금에 와서 생각해보면 큐레이터로서 처음 기획하는 전시에 참여하는 작가로 만났으니 그녀에게도 나와의 만남이 조금은 특별하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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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의 공기 The Air of Time, oil on canvas, 162.2x130.3cm,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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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존재하는 시간 The Time I Exist, oil on canvas, 116.8x80.3cm,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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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위로 ,oil on canvas, 100.0x80.3cm, 20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