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yona J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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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신(變:SCENE)

임경민
씬(SCENE)이라는 단어는 상당히 포괄적이다. 미술계, 영화판 등의 말도 미술씬, 영화씬 등으로 바꾸어 부를 수 있는데, 이는 사실상 그 영역에 포함된 개별자들과 그들의 결과물 그리고 시도와 반향이 미치는 모든 범주를 뜻하는 것이기도 하다. 그리고 생동하며 끊임없이 변화를 수용하고 있어, 그 누구도 선뜻 그 경계를 논할 수 없다. 많은 예술가들이 멈춰선 듯해도 사실은 끊임없이 관념과 실제 작품을 대상으로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한 사례의 일부로서 이번 전시는 자신의 ‘씬’에 변화를 준 작가들의 작품을 소개하는 자리다. 고은강, 정고요나, 안나 뉴먼(Anna Newman), 잉그리드 스텀프(Ingrid Stumpf) 네 작가가 기존의 작품에 관한 관념을 기반으로, 기억과 환경이라는 레이어를 더한 씬(scene)의 변화를 작품에 반영하는 데는 공통적으로 판화라는 매체가 적용되었다. 멀티플(multiple)이라는 판화의 특징이자 방식을 통해 연속적인 동시에 개별적으로 완결해 나가는 각자의 작품과 공동작품은 작가들이 선정한 단어를 이미지화 한 AI의 결과물로 파생된 후 한 자리에서 다시 통합되어 선보인다.
고은강은 사회와 환경 안에서 살아가는 인간에 관한 모색을 모티브로 삼고 한국의 민화와 불교, 고전 동화 등에서 발견할 수 있는 상징의 결합을 활용한다. 네바다 산맥 자락에 있는 리노에서 살고 있는 작가가 마주치는 무리 지어 춤추듯 움직이는 상투메추라기와 개와 고양이를 먹이 삼는 코요테를 예의 주시하면서 그들의 성향에 자신의 해석을 가미하면서 그들과 인간의 형태적 하이브리드가 하나의 풍경이자 장면으로 작품 안에서 연출된다.
정고요나는 촬영된 이미지들과 그 포착 안에서 느낄 수 있는 정서, 그리고 공감, 친숙함 등 기존의 작품이 이번 전시에서 재추출되고 변형될 수 있도록 작업을 진행했다. 장소, 소통, 관계, 변화, 실시간, 과정에 유관한 여러 단어들을 작품에 가미되는 레이어로 적용하면서 이미지의 변화를 일으켰다. 이 과정에서 의미상의 변화 혹은 확장 뿐 아니라, 회화라는 매체를 통해서 보이기 위해서는 선택하기 어려운 이미지들을 밀도를 조절할 수 있는 판화적 기법으로 적용하면서 이미지 자체의 변용을 시도했다.
안나 뉴먼은 1940년부터 1970년까지 가족들이 사용하고 남은 자투리 천들을 작품에 활용한다. 어린시절의 즐거운 기억들과 집안일을 돌보는 여성의 활동들을 환기시키는 이 재료를 더치 앵글(dutch angle)의 기울기를 활용한 작품에 반영함으로써 보는이의 불안을 이끌어내고자 했다. 숨겨지거나 잊혀진 것으로부터 소환된 이야기의 끝이 해피 엔딩만은 아니라는 작은 뒤틀림은 우리의 기대와 작품 사이의 간극을 발생시킨다.
잉그리드 스텀프는 타일의 패턴이미지들을 리놀륨 판화라는 방식으로 작품에 적용한다. 이 장식적이고 생물학적인 이미지들이 혼합된 작품은 이번 전시에서 네바다주의 꽃인 세이지(sage)와 한국의 꽃 무궁화로 선보인다. 작가는 AI를 통해 생성된 이미지들에 비판적으로 접근하면서 각각의 꽃이 그 지역이나 국가의 상징이 된 서사가 배제된 지점에 대한 자신의 관점을 반영하였다.
서울, 리노, 정체성, 소셜미디어, 환경, 동시대, 판화, 예술, 편집된 삶, 기억, 언어, 차이, 펜데믹 등의 단어를 AI에 입력하고 전해받은 이미지의 일부는 상당히 개연성이 높았고, 일부 특히 아시아의 이미지는 만족스럽지 못한 결과를 내 놓았다. 그러나 각 작가는 이 이미지를 최종작품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공동작품의 배경으로 설정한 것이었고 같은 배경의 이미지는 네 작가의 작품 성향을 따라 새로운 모습으로 거듭났다.
고은강의 작품 위로는 종이재질의 패턴화 된 이미지와 코요테 하이브리드 이미지들이 곳곳에 모습을 드러낸다. 한국의 우리로서는 경험하기 힘든 산책길의 코요테, 방심하면 나의 반려견을 먹이삼을 그들도 인간들처럼 이 삶에 최선을 다하는 것일 뿐일지도 모른다. 이 모티프는 작가의 작품에서 자주 만나는 모티프인데, 이 배경 안에서 나를 응시하는 코요테에게 묘한 감정이 든다.
정고요나는 색감과 물감이라는 소재로 화면을 새로운 회화이미지로 탈바꿈 시켰다. 우리가 구체적으로 무엇인지 알아볼 수 있는 이미지 위로 흘러내리는 물감은 첫 인상에서 색과 우연한 흘러내림이 발생시키는 조형적인 감각을 느끼게 하지만, 그 사이사이의 배경을 한 번 더 바라보게하는 효과가 있다. 다른 작가들의 작품에서는 더 잘 보이는 배경이 정고요나의 작품에서는 어떻게 가려졌는지를 살펴보는 것도 흥미롭다.
안나 뉴먼은 역시 천, 스티칭, 기억을 소환하는 이미지들을 공동작품에서 다른 방식으로 선보인다. 작품에서 격자로 짜이거나 바느질 되던 실이 바깥으로 나오거나 끝이 흘러내리게 만든다는 것은 색다른 감각을 불러일으키는데, 여기에서 매끈하게 비닐재질에 스크린 출력된 이미지와 만난다는 점이 그 감각을 극대화한다. 이는 오래된 엽서와 천이 가진 의미와 재질에서 느끼는 감정과 배경의 간극을 더욱 강조하기도 한다.
잉그리드 스텀프는 레이어링 되는 이미지에서 희미하기도하고 진하기도 한 상징성을 찾아볼 수 있다. 리노와 한국을 상징하는 꽃의 선택부터 새와 꽃 그리고 패턴화된 이미지의 결합이 충실하게 배경 위에 자리잡으며 검정색이 판화의 음각 같기도, 반대로 양각 같기도 하다. 우리가 이 작품을 볼 때 무엇이 강조되어 드러나는가가 바로 그 답이 될 것이다.
이렇듯 네 작가의 장르 및 소재면에서의 특이성을 포함하는 작품경향, 판화라는 매체적 특성이 가진 범주의 경계에 대한 고민이 풍경으로서가 아니라 연출되거나 재조합 및 변형된 장면으로 여러분을 마주할 것이다. 이 전시가 작가들 각자에게 하나의 실험이자 자신의 작업이 가진 성격의 확장이면서 관람하는 여러분에게 변주된 장면들로 각인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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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의 창 Window of Thought, screen printing, 27x37.2cm,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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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하지 않는 시간  Unchanging Time, screen printing, 33.8x25.4cm,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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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가 아닌 어딘가 Somewhere but Here,  screen printing, 40.4x25.4cm,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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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d Then 그리고 그 후에, screen printing, 27.2x17.7cm, 2024